2023. 3. 12. 월. 날씨 : 맑음. 오늘 화두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계절은 봄인데 내 마음은 봄 날이 아니다"는 뜻이다. 한 며칠 간 날씨가 참 좋아서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감자 심고, 봄 채소 ..

오늘 화두는 봄 날이다. 한 며칠간 날씨가 참 좋아서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봄 채소 심을 준비를 마쳤다. 겨울에 준비한 땔나무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니. 봄이 옴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던가? 동빙한설(凍氷寒雪)이 지난 지가 한참인데도. 오늘 아침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다. 그러나 누구라서 오는 봄을 막을 수가 있는가? 시절이 우수 경칩이 지났으니 이제는 올해 첫 번으로 감자 씨를 심으리라!
이제부터는 농부들이
분주한 시절이라. 겨우내 집안에서 새끼도 꼬고, 가마니도 치고, 막걸리 내기 화투도 치고, 윷놀이도 하고, 장기. 바둑으로 소일들 하다가 우수. 경칩이 지나면, 이제는 논 밭으로 거름을 내고 밭고랑을 타고, 요즈음은 로터리를 치고서 식물들을 심고 가꾸는 준비를 옹골차게 해야만 하는 절기이다. 농부에게는 참으로 힘든 한 핵의 시작이다. 바로 요즈음이. 소생이 어린 소싯적에는 짚 앞의 풍경을 떠올리면, 아침에 안개가 논 밭에서 다 걷히기도 전에 부지런한 농부들은 소 등에 '지르매'(길마의 사투리)를 얹고서 그 양쪽에 망태기를 매달고 논밭에 뿌릴 거름을 잔뜩 실고서 '이랴. 이랴' 외치면 회초리로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간다. 한 손에는 곰방대를 들고 연신 한 모금씩 곰방대를 빨면서.
이 계절에 어릴 때 외웠던 시조가 몇 수 생각이 난다.
세월이 유수로다 어느덧 또 봄일세!
구포(舊圃)에 신채(新菜)나고,
고목(古木)에 명화(名花)로다
아이야! 새술많이 두었으라 새봄놀이 하리라!
세월이 또 한 해를 흘러서 봄이 돌아오니 새로운 감흥이 일어나
이 봄을 즐겨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오늘에 소생은 그러나 마음이 심히 무거우니 이를 어찌하랴!
마음속 한 자리에 앞으로 이겨나가야 하는 항암치료가 걱정거리로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시조는 작자 미상의 시조이다. 봄이 새롭게 다가옴을 자축하여 흥을 한 번 내어 보자는 '화전가(花煎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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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농사철이 다가왔으니 부지런히 농경을 하자는 뜻을 담은 시조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일종의 권농 시(勸農詩)이다. 이 시조는 조선조 숙종 때의 영의정을 지내 문신인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 1629 - 1711)이 쓴 시조이다. 본관은 의령이고 충남 홍성 사람으로서 '소론'의 거두였다. 성리학자. 근면 검소한 생활. 낙향하여 지은 시조다. 주제는 농부의 근면과 성실함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그래요 우리 조상님들은 남을 훈도하여도 직설적으로 욕하거나 나무라지 않고서 변죽만 울려서 스스로 깨닫게 하시는 지혜를 오늘날의 우리는 배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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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농사일에 못지않게 중요한 글을 공부하라는 '권학시조' 중 한 수는!
주경야독하여 수신제가로 치국평천하를 이루라는 성현의 가르침이시다.
어와 청춘 소년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
허송세월 하지 말고.
밭 갈고 글을 읽어 수신제가(修身齊家)할 지어다.
만고성인(萬古聖人) 순임금도.
역산(歷山)에 밭을 갈아 부모봉양 하옵시고. 천하문장(天下文章) 이적선(李謫仙)도
광산(匡山)에 글을 읽어.
명전천추(名傳千秋) 하였으니
하물며 우리 인생이야!
시호시호 부재래(時乎時乎 不再來)라
성현문장(聖賢文章) 본을 받아
주경야독(晝耕夜讀)하오리라
'어와 청춘 소년들!' (창악집성)
* 요순우 탕 임금중 가장 훌륭하신 '순'임금을 이름. 역산은 산 이름. 이적선은 이태백을 이름. 광산은 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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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조 한 수를 살펴보니!
어와 세상 벗님네야 부귀공명(富貴功名) 탐치마소.
부귀는 부운(浮雲)이요, 공명(功名)은 풍진(風塵)이라
비백세지인생(非百歲之人生)으로 구약(求藥)하던 진시황도.
여산(廬山)에 일배(一杯) 청총(靑塚) 되어 있고,
구선(求仙)하던 한무제(漢武帝)도 .
분수추풍(汾水秋風) 상낙두(霜落頭)에 백발(白髮)만 휘날렸네
공도(公道)라니 백발이요,
못 면할손 죽엄이라1
초로(草露)같은 우리 인생 그 아니 애닯은가
(창악집성) 그러나 한스러운 세월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어서 옛 성현들은 이렇듯 세월을 노래한다!
지금의 소생의 심정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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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 이화 행화 방초들아'라는 시조가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도화 이화 행화 방초(芳草)들아 일 년 춘광(一年春光)을 한치 마라.
너희는 그리하여도 여천지무궁(與天地無窮)이라.
우리는 백세뿐이니 그를 설워하노라!
그 뜻을 풀어보면,
복숭아꽃, 배꽃, 살구꽃, 그리고 풀들아, 일 년 봄빛을 아쉬워 마라
꽃들은 봄에 피고 지지만 천지와 함께 끝이 없으라
인간은 백 년 살기 어려우니 그를 슬피하 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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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 왔건만, 이 글을 쓰는 소생의 마음은 위의 인용구절처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계절은 바뀌어서 봄이건만 소생에게는 봄이 와도 아직은 봄이 아닌 것 같은 마음이다. 이는 상기도 마음 한 구석에 이번 2월 15일에 수술한 '대장암(Colon cancer)' 때문에. 처음 로칼 병원에서 2기 정도라서 항암은 아마도 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기대가, 조직검사가 나온 2월 28일 담당 교수님의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무너지고 곧 걱정거리로 나를 에워싸고 있는 탓이리라.
대장암수술이 잘 되어서 이제 좀 기운을 차리고 있는 중에 3월 9일에 찍은 C.T. 결과를 두고서 3월 16일에 강동경희대병원 암센터에서 관련 교수들이 회의를 하여서 항암치료에 대한 Discussion을 한다고 한다. 그 자리에 소생도 참석해야 한다. 무슨 결론이 내릴지 몰라서 더 걱정도 되나, 이미 다 터져버린 일 모든 것을 천지신명에게 맡기고 마음의 짐을 덜어내려고 한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이제 무거운 이야기는 뒤로하고 이 봄을 즐거이 맞이하여 모든 시름과 근심을 다 날려 보내고, 저 개울가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처럼 파릇파릇 고개를 들고서, 봄날의 창공을 높이 나르는 종달이 처럼 휘어훨 날아오르자. '살아 오름'으로 나가자! 인명은 재천이니 그분의 뜻에 맡기고, 또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즐겨보자꾸나! 지난 세월 일곱 번의 생사를 가르는 고통의 문턱을 넘어선 것처럼...
또 그때 한 고비 두 고비를 넘어선 것처럼 이번에도 또 의연히 맞이하자!
그래야 좀 더 살아서 좋은 일 조금만 더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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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소생의 심정을 노래한다면 아마도 이와 같으리라!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다 진(盡)커든 와류강산(臥遊江山)하오리라
인호상이(引壺觴而) 자작(自酌)으로 명정(酩酊)케 취(醉)한 후,
한단침(邯鄲枕) 도두 베고 장주호접(莊周蝴蝶)이 잠간 되어,
방춘화류(芳春花柳) 찾아가니,,
이화(李花) 도화(桃花) 영산홍(映山紅) 자산홍(紫山紅) 왜철쭉(倭躑躅),
진달화(杜鵑花) 가운데 풍류랑(風流郞) 되어 춤추며 노니다,
세류영(細柳營) 넘어가니,
황조편편환우성(黃鳥翩翩喚友聲)이라
도시행락(都是行樂)이 인생귀불귀(人生歸不歸) 아닐진댄,
꿈인지 생신지 몰라,
갱소년(更少年)하오리라
소생이 그 젊은 날들의 마음 속에 품었던 마음들!
온 천하를 주유하여 느낀 아름다움과 기쁨들을 잊지를 못하여서 다시금 그 시절로 돌아만 갈 수 있다면!
참으로 한 번 돌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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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왔지만 아직 내 마음은 봄이 아닌 것을...
마음이 차거우몀 봄날도 봄이 아닌지라...
빨리 건강해서 세상에 진 빚을 갚아아 할 것인데...
아! 안타까움만...
오늘은 이만 글을 쓴다.
경기 연천 청산면 종현산 자락의 청산산방에서 시골 선비가 글 쓰다.

청산 산방 지기. 권용만 교수(철학. 심리학 Ph.D.)

이 봄에 피어 나는 진달래! 영변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줄이 가 어디 계신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