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을날! 지붕 위에 널어놓은 고추가 천연의 빨간색을 자랑하며 잘 말라 가고 있다. 지붕의 roof tile이 아주 뜨거워서 'frying pan'이다. 이처럼 날씨가 뜨거워야 가을의 결실이 잘 되니까! 들판의 벼도 아주 뜨거운 날씨에 익어가서는 그 고개를 숙인다. 모든 식물이 가을에는 한 바탕 困惑을 치러야지 잘 익는 법. 사람도 이처럼 인생에서 뜨거워 못 견디는 시간을 잘 넘기면 좀 더 성숙하는 법이지요!... 그리고 쓰임을 받으려면 매서운 '매'를 맞아야 하는 법! 가을날 앞마당에서 콩타작을 하는 것을 눈여겨보시라! 도리깨로 힘껏 내려쳐야 낱알이 떨어진다. 어설프게 쳐서는 아니 되느니라... 인생도 무슨 일에나 쓰임을 받는 자는 콩타작마당의 콩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불판 위의 고기도 잘 익으려면 뜨거운 불맛을 제대로 보아야 하는 법! 설익은 고기는 누구도 먹지 아니한다. 우리가 학문을 통하여 뭘 좀 더 알려는 것도 이와 같은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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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자 도덕경 21장부터 시작하여 강론하려고 한다.
노자도덕경 제 21장 : 도(道)라는 것은 황(恍)하고도 홀(惚)한 것이다! 또한 도는 深奧하고 그윽하다!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공덕지용, 유도시종. 도지위물, 유황유홀.
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惚兮, 其中有物.
홀혜황혜, 기중유상. 황혜홀혜, 기중유물.
窈兮冥兮, 其中有精. 其精甚眞, 其中有信.
요혜명혜, 기중유정. 기정심진, 기중유신.
自古及今, 其名不去, 以閱衆甫. 吾何以知衆甫之狀哉, 以此.
자고급금, 기명불거, 이열중보. 오하이지중보지상재, 이차.
1.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공덕지용, 유도시종. 도지위물, 유황유홀.
한자어 : 구멍 공(孔). 어조사 혜(兮). 정(affection. 마음의 작용)할 정(精)
덕을 마음속에 품은 사람의 얼굴은 평안하여 오로지 도(道)만을 따르고 지켜 나간다.
도(道)는 물성(物性 : 사물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硏磨하면 할수록 그 안의 황홀(恍惚)함을 볼 수 있다.
2. 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惚兮, 其中有物.
홀혜황혜, 기중유상. 황혜홀혜, 기중유물.
홀하고 황하구나! 그러하니 그 안에 형상(形狀)이 있다!
황하고 홀하구나! 그러하니 그 안에 물성(物性)이 있다!
3. 窈兮冥兮, 其中有精. 其精甚眞, 其中有信.
요혜명혜, 기중유정. 기정심진, 기중유신.
그윽하고 또한 어두우니 그 안에 정기(精氣)가 있구나!
그 정기는 참으로 진실되어서 그 안에 믿음이 있구나!
한자어 : 그윽할 요(窈). 어두울 명(冥). 정(affection. 마음의 작용)할 정(精). 심할 심(甚).
4. 自古及今, 其名不去, 以閱衆甫. 吾何以知衆甫之狀哉, 以此.
자고급금, 기명불거, 이열중보. 오하이지중보지상재, 이차.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 이름 즉, 도(道)라는 이름이 떠나지 아니하니,
그것을 통하여 도의 큰 뜻을 아는구나!
나 노자는 이러한 도(道)가 그렇게 큰 뜻을 지닌 줄을 어떻게 알 수가 있었나?
이는 모두 다 위에서 설파(說破) 한 것을 통해서이다!
한자어 : 검열할 열(閱). 클 보(甫). 어조사 재(哉). 이를 차(此)
첨언 해설 : 도를 잘 바로 수련(修練)한 사람은 그 얼굴에 덕성(德性)이 가득하다. 그는 도(道)의 황홀(恍惚)함을 잘 앎으로써, 도(道) 안에는 세상의 다른 물질들처럼 그 안에 어떠한 형상과 물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그 물성과 형상은 바로 들어 나지는 아니 하지만, 그 안에 정기를 품고 있으며, 그 정기는 그 정기는 참으로 신뢰(信賴)할 만하다. 나 노자는 이러한 사실. 즉, 예부터 지금까지 이 도라고 하는 이름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아니하였고, 너무나 큰 뜻을 지녔으니... 나는 이를 어떻게 알 수가 있었는가? 하면. 위에서 설(說)한 내용을 통하여서 도의 큰 실체와 그 뜻을 알게 됨이라! 여기서 덕성을 지닌 도인(道人)은 바로 노자 자신일 것이다!
얼굴에 덕성이 가득하고 온 세상의 물리를 다 터득한 도인(道人)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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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제22장 : 굽은 나무는 베어 지지 않는다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弊則新, 少則得,
곡즉전, 왕즉직, 와즉영, 폐즉신, 소즉득,
多則惑, 是以聖人, 抱一爲天下式, 不自見故明,
다즉혹, 시이성인, 포일위천하식, 불자견고명,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功, 不自矜故長,
불자시고창, 불자벌고유공, 불자긍고장,
夫惟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古之所謂曲則全者,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고지소위곡즉전자,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기허언재. 성전이귀지.
1.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弊則新, 少則得,
곡즉전, 왕즉직, 와즉영, 폐즉신, 소즉득,
한자어 : 굽을 왕(枉). 웅덩이 와(窪). 찰 영(盈)
굽은 나무는 수명을 온전히 마치게 되고, 자벌레는 몸을 굽힘으로써 뻗을 수도 있게 된다. 물은 우묵한 웅덩이로 흘러 모이게 되고, 옷은 낡아 해어져야만 다시 새것을 입게 된다. 욕심이 적으면 마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고,
2. 多則惑, 是以聖人, 抱一爲天下式, 不自見故明,
다즉혹, 시이성인, 포일위천하식, 불자견고명,
한자어 : 미혹할 혹(惑). 안을 포(抱). 법 식(式).
지식이 많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무위자연의 성인은 하나인 도를 지켜 천하의 법이 되는 것이다. 무위 자연의 성인은 자기를 내세우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의 존재가 뚜렷해지고,
3.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功, 不自矜故長,
불자시 고창, 불자벌고유공, 불자긍고장,
한자어 : 밝을 창(彰). 칠 벌(伐). 자랑할 긍(矜)
자신을 옳다 하지 않기에 그 좋은 것이 세상에 나타난다.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이 자기의 것이 되고, 자신의 우쭐댐을 버리기에 언제까지고 존경을 받게 된다.
4. 夫惟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古之所謂曲則全者,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고지소위곡즉전자,
성인은 절대로 남과 다투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세상에 그를 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없다. 옛사람이 말하거늘 굽은 나무는 제 수명을 다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자벌레라고 하였다. 여러분은 이 벌레를 아시는지? 이 볼레는 전진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뚱이를 극도로 굽혀서 다시 펼 때 앞으로 나가는 습성을 가진다. 우리말에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으니...
5.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기허언재. 성전이귀지.
한자어 : 어찌 기(豈). 빌 허(虛). 어조사 재(哉). 정성 성(誠)
참으로 인생의 진리를 제대로 말한 것이다. 참으로 굽은 나무가 되어 내 몸을 온전히 하고, 온전한 몸을 대자연에 되돌려 주는 것이다.
첨언 해설 : '굽은 나무는 자기 수명을 다 한다'라고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나무가 곧게 자라서 겉보기에 흠이 없으면 목수의 눈에 들어서 곧 베임을 당하여 목제로 쓰이기에 곧 제 수명을 다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그 성정(性情)이 너무나 곧아서 世人들의 謀陷을 받거나 하여, 옛날에는 부당하게 귀양을 가거나 죽음을 당하기도 하였으니,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는 때로는 약간의 타협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리라!
여기서 자벌레는 전진을 할 때 나뭇가지 위나 땅에서 자신의 등을 한껏 구부렸다가 펴는 반동(反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참 특이한 벌레이다. 인간사에 있어서 때로는 자신을 무한히 굽혀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교훈이시라. 이보(二步) 전진을 위한 일보(一步) 후퇴란 말도 있지 아니한가?
물은 땅이 낮아서 빈 웅덩이 안으로 흘러든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로 좀 비어 있는 듯해야 그곳으로 사람이든 재화(財貨)가 고이게 되는 법! 무엇이든지 너무 크게 보이면 얻는 바가 적고, 남에게 작은 존재로 보이면 곧 경계심을 풀게 된다는 의미이다. 거기에 무언가 얻는 것이 있으니...
사람이 아는 것이 너무 많아도 어떤 일에 갈피를 못 잡는다. 고로 무위자연의 성인은 그중 하나의 도를 완성하여 세상의 법을 세운다. 그러하고도 자신을 사람 앞에 드러내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성(明成)은 더욱 커진다.
오늘은 이만 쓰기로...
내일 9. 10. 일본 교토대학에서 심리학 박사들 포럼에 참여키 위하여 인천공항에서 출발한다.
고로 오늘은 좀 일찍 잠자리로 감이... ㅎㅎㅎ
청산산방 지기. 지행선사. 소천. 권용만 교수(철학. 심리학 Ph. D) 글을 쓰다...
(나옹선사의 '청산시'를 부채에 적어 보다... 청산은 나더러 말 없이 살라 하네!)